대머리 원장님 이야기
김수균의 탈모 이야기 <19편>
- 작성자 : 김수균
- 작성일 : 15-09-02
- 조회수 : 1,783
<탈모 3대의 애환>
지난해 9월경 일이다.
새해가 됐으니까 이제 58세가 되신 모 회사 사장님이 부인과 함께 아들을 대동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20대 초반인 아들이 자기를 닮아서 탈모가 진행되는 것 같은데 어찌하면 좋겠느냐는 것이다.
아들은 이마선이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정수리 부위에 탈모 기미가 보이는 정도였다.
상담과 검사를 통해 이 정도라면 일단 프로페시아라는 약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오히려 그 사장님께 모발이식을 하자고 강력히 권유했다.
키가 유난히 작은 사람은 2세를 위해 가급적 키가 큰 배우자를 찾게 된다.
자식에게만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게 부모의 심정이다.
하물며 100% 유전에 의해 대물림되는 대머리들의 고민이야 오죽하겠는가.
30대 중반 이후에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자신에 비해 이미 일찍 시작된 아들의 머리 상태를 보고 저러다 나중에 장가도 못 보내겠구나 싶어 서둘러 병원을 찾게 된 것이다.
필자가 당사자인 아들보다 먼저 그 사장님께 모발이식을 권유한 데에도 다 까닭이 있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대머리 치료제로 공식 승인된 프로페시아는 초기탈모에 상당한 개선효과를 거두고 있다.
평생을 복용해야 한다는 점만 뺀다면 아들은 당분간 대머리 고민에서 비껴갈 수 있을 것이다.
모발이식은 진전상태에 따라 그 이후에나 최후의 선택으로 고려해볼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새삼스럽게 모발이식은 무슨…”하고 망설이던 그 사장님께는 “아버지가 수술을 해서 좋아진 결과를 본다면 아드님도 안심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 먼저 시범 케이스로 모발이식을 권유한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던 그 사장님이 다시 부인과 함께 방문한 것은 한 달쯤 뒤의 일이다.
내가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하고 설명을 드렸더니 옆에 섰던 사모님 눈이 더 반짝이신다.
처음 권유받고 돌아간 뒤에도 사모님이 그렇게 수술을 하라고 등을 떠밀었단다.
부인의 권유에도 선뜻 정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아버님께 수술 여부를 여쭈어보았단다.
그 또한 대머리이신 아버님은 이미 구순이 지나셨지만 아직도 정정하신 편이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상의드리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버님 말씀이 대뜸 “수술비 대 주랴?” 하시더란다.
이 사장님 수술할 때 처음 후두부 두피 체취할 부위를 선정한다고 가위질을 하는데 내 뒤에 있던 사모님 왈 “원장님, 왕창 떼어서 많이 심어주세요!”
이 사장님은 무서워서 “안돼, 안돼!”하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털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린단다.
3대에 걸친 탈모 집안의 이야기다.
대머리는 유전이므로 대부분 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도 대머리인 집안이 많다.
옛날에야 팔자 소관이려니 조상 탓밖에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가발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모발이식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누가 알겠는가, 앞으로 더 좋은 약이 나와서 다음 세대에는 아예 대머리가 사라질런지.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고려말 채두변발이 유행하듯 아예 대머리가 주류 패션이 되어서 머리숱 많은 사람들이 여자들 눈썹 뽑듯 족집게로 정수리 머리를 뽑고 다니는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 또한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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